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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 3,500km, 핑계는 없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한 최고령 여성

  • 15시간 전
  • 5분 분량

 

나이라는 '룰'을 깨부수다

 

조지아주의 스프링어 마운틴부터 메인주의 카타딘 마운틴까지 이어지는 약 3,500km(2,190마일)의 애팔래치아 트레일(이하 A.T.)은 거칠기로 소문난 코스입니다.

 

총 누적 고도가 약 157,000m(515,000피트)에 달해, 에베레스트산을 무려 16번 등반하는 것과 맞먹는 엄청난 높이입니다. 진흙탕부터 사방으로 뻗은 나무뿌리와 거친 바위 지대까지 마주해야 하니, 일 년 만에 A.T. 전 구간을 완주하는 '스루 하이킹(Thru-hiking)'에 도전한 사람 중 단 25%만이 성공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베티 켈렌버거(Betty Kellenberger)는 이 놀라운 기록을 한 단계 더 뛰어넘었습니다. 그녀는 83세의 나이로 A.T.를 스루 하이킹한 최고령 여성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트레일에서 '전설(Legend)'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실버 하이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녀를 정말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마음가짐'입니다. 베티는 기록을 깨기 위해 길을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저 꺾이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품고 출발했을 뿐이죠. A.T. 완주라는 위업은 늘 활기차게 움직이고 사람들과 연결되려 노력했던 그녀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온 결과물일 뿐입니다. 활기차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아웃도어 주자,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대목입니다.

 

 

 

A.T.에 도전하게 된 계기

 

베티가 A.T.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교직에서 은퇴한 후, 그녀는 미국 대륙 횡단 자전거 여행부터 유명 하이킹 코스 섭렵까지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꾸준히 지워나갔습니다. 하지만 A.T.는 늘 마음 한구석에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요? 많은 이들이 그렇듯, 코로나19가 그녀의 가치관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베티는 팬데믹 봉쇄 기간 중 소파에 앉아 있다가 문득 A.T.가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워낙 험난하기로 유명한 코스인 만큼, 잠시 시간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정말 거짓말처럼 '내 나이가 몇인데 도대체 얼마나 더 고민할 시간이 있다고 이래?'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어요. 그때 제 나이가 거의 여든이었거든요. 그래서 곧장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현장으로 나가 일단 부딪쳤죠. 제가 한 번 시작하면 끈기 하나는 끝내주거든요.”

 

 

 

단단한 마음가짐이란 이런 것

 

베티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성공하기까지 3년 연속으로 스루 하이킹에 도전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라임병, 뇌진탕,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견뎌야 했습니다. 심지어 오랜 트레일 파트너였던 조(Joe)를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단단함이란 그저 계속 나아가는 것입니다." 흔들림 없이 트레일로 돌아왔던 순간을 돌아보며 베티가 말했습니다. "어떤 상황도, 그 누구도, 그 어떤 장애물도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걸 가로막게 두지 않는 거죠. 다시 짐을 꾸려 묵묵히 걸어가는 것뿐입니다. 물론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기까지 가끔 시간이 걸릴 때도 있지만요.”

 

매일매일, 그리고 매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끈기는 이곳 미국 버몬트 사람들도 깊이 공감하는 정서입니다. 가끔은 눈앞의 현실이 혹독할지라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계속 움직여야 할 때가 있으니까요. 베티의 태도는 우리의 철학과 완벽히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길을 걷습니다." 베티가 설명합니다. "트레일 위의 모두가 나와 정확히 똑같은 고통을 겪으며 힘들어하고 있어요. 다른 하이커들이 겪지 않은 특별한 고난을 나 혼자 이겨낸 게 아닙니다. 저는 영웅이 아니에요. 단 한 번도 영웅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반복되는 고된 일상

 

하이킹, 수면, 그리고 무한 반복. A.T.는 하이커들에게 끊임없이 한계를 요구하며 절대 봐주는 법이 없습니다. 낭만과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고, 텐트를 치고, 온몸이 쑤시고 지친 채 일어나 습하고 쌀쌀한 이른 아침의 공기를 뚫고 다시 길고 긴 트레일을 마주해야 하는 고단한 일상의 연속입니다.

 

미국 대륙을 자전거로 몇 번이나 횡단했던 베티에게도, 이번 도전은 생애 가장 힘든 일이었습니다.

 

"몸 전체가 고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에요." 베티는 설명합니다. "긴 하루가 끝나면 완전히 탈진해 쓰러지죠.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면 또다시 길을 나서고, 그 과정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게 됩니다.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이롭지만, 동시에 정말, 정말 눈물 나게 힘든 과정입니다."

 

 

 

트레일 위의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법

 

그 수많은 거리와 험난한 봉우리들을 헤쳐 나가는 원동력은 단순히 자연에 대한 겸손함에만 있지 않습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좋은 이웃'이 되어주는 마음이 필요하죠. 베티는 하이커들이 물품과 장비를 나누고 진한 동료애를 느끼던 그 공동체 정신을 떠올리며 무척 행복해했습니다.

 

"트레일 위는 아주 독특한 사회예요." 베티가 말합니다. "모두가 서로를 기꺼이 도우려 하죠. 누군가 힘들어하고 있으면, 언제나 곁에서 붙잡아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베티는 테네시주의 한 대피소에서 폭설과 폭우, 강풍과 번개가 몰아치던 거친 날씨를 뚫고 고립되었던 때를 기억합니다. 대피소를 함께 쓰던 한 하이커는 전날 밤 이미 마지막 식사를 마친 상태였고, 다음 날 아침 일찍 트레일을 빠져나갈 계획이었습니다. 베티는 빈속으로 그 험한 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아껴둔 비상 식량을 선뜻 나누어주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굶고 있는데 나 혼자 편하게 앉아서 먹을 수는 없잖아요." 베티가 덧붙였습니다. "이웃을 돌보고, 그게 누구든 어떤 도움이 필요하든 서로를 챙기는 그런 일들이 트레일 위에서는 매일같이 일어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트레일 일화를 묻자, 멋진 기억이 너무 많아 하나만 꼽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크게 넘어졌을 때, 여분의 단터프 양말을 건네며 다가왔던 트레일 파트너와의 만남만큼은 특별했습니다. 조(Joe)는 그녀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라며 자신의 양말을 내주었고, 이 인연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조가 하늘나라로 떠나기 전까지 A.T.의 아주 긴 구간을 함께 헤쳐 나갔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조언


 

포기해야 할 이유는 언제나 차고 넘치며, 시작조차 하지 못할 핑계 역시 수없이 많습니다. 나이도 그중 하나죠. 트레일 위에서 젊은 하이커들은 베티에게 나이를 자주 묻곤 했습니다. 단순히 나이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라기보다, 자신들도 언제까지 계속 걸을 수 있을지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베티의 답은 언제나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80대에도 활기차게 움직이고 싶다면, 40대, 50대, 60대에도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녀가 자주 받는 또 다른 질문은 나이가 너무 많거나 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이킹이나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변 역시 아주 명쾌합니다. "지금 당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시작하세요.”

 

목표를 세우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차근차근 점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베티 역시 처음부터 무턱대고 A.T.로 뛰어든 것이 아니라 천천히 체력을 기르며 준비했습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욕심내서 15km씩 걷거나 달릴 필요가 없다고 조언합니다. 시작은 우체통까지 걸어갔다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다 보면, 어느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완주를 가능하게 한 장비들

 

"첫 하이킹을 마쳤을 때 한 친구가 물었어요." 베티가 회상합니다. "'처음 출발할 때 가져간 장비 중에 끝까지 살아남은 게 얼마나 돼?'라고요. 길 위에서 얼마나 많은 장비를 바꾸고 교체했는지 저 스스로도 깜짝 놀랐을 정도였습니다.”

 

매일 15~24km씩 끝없이 걷는 여정에서는 신발부터 백팩까지 내 몸에 딱 맞는 장비를 갖추는 것이 완주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아담한 체구의 베티가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했던 장비는 백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몸에 잘 맞는 청소년용 백팩을 메고 시작했지만, 장거리 종주를 견디기에는 내구성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다행히 체형에 꼭 맞는 백팩으로 교체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베티는 "여정 내내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은 장비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로 그녀의 양말이었습니다. 베티의 발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터프가 신겨져 있었습니다. 조금 자랑을 보태자면, 단터프만의 완벽한 밀착감과 강력한 내구성 덕분에 거친 길 위에서도 끝까지 믿고 신을 수 있는 유일한 동반자가 되어준 것입니다.

 

"단터프 양말은 아무리 오래 신어도 신발 안에서 축축하게 뭉치거나 밀리는 법이 없었어요." 베티가 웃으며 말합니다. "발목 부분이 늘어나 주르륵 흘러내린 적도 단 한 번 없었죠. 내 발에 맞춤처럼 꼭 맞고 내구성이 워낙 엄청납니다.


 

 

 

결승선 그 너머의 이야기

 

"스루 하이킹을 끝내고 나니 수많은 미디어의 관심이 쏟아졌어요. 정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죠." 베티가 말합니다. 그녀는 미국 유명 아침 방송인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를 비롯해 다양한 잡지와 라디오에 출연했으며, 격식 있는 자선 기금 모음 행사의 연사로도 초청받고 있습니다.

 

다음 모험으로 그녀는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 하이킹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는 고향인 미시간주로 돌아와 미국에서 가장 긴 동서 횡단 코스인 '노스 컨트리 트레일(North Country Trail)'의 일부 구간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진정한 '단터프(Darn Tough)'의 정신

 

A.T.를 완주하기 전부터도 베티는 이미 '단터프(포기하지 않는 단단함)' 정신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집념, 집안에만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줍니다.

 

단터프의 모토는 "우리는 아직 최고의 양말을 만들지 않았다”라고 말하자, 베티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이는 그녀가 하이킹에 임했던 방식이자, 그녀의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 말 정말 마음에 드네요." 베티가 말합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원래 그렇거든요. 우리는 언제나 더 발전할 수 있고, 언제든 더 잘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것을 '목표'로 삼아야 해요. 목표로 두지 않는다면, 발전할 기회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르륵 지나가 버릴 겁니다.”

 

 

 

길게 뻗은 트레일, 그리고 이웃을 향한 따뜻한 인사

 

베티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그 여정 자체가 진짜 목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 덕분에 그녀는 완주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의 경험과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며 A.T.를 대할 수 있었습니다. 베티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 역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트레일 위에서는 몇 시간 동안 홀로 걷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있고 싶을 때 누군가와 마주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는 없죠.

 

"테네시주의 한 산을 오르다가 NASA의 천체물리학자를 만난 적이 있어요." 베티가 회상합니다. "살면서 그런 사람을 만날 기회가 또 언제 있겠어요? 그날 우연히 마주친 덕분이었죠. 만약 제가 서둘러 지나쳐 버렸다면 그런 소중한 기회를 놓쳤을 겁니다.”

 

베티에게 가장 오래도록 남은 것은 힘든 경험을 공유하며 만들어진 '공동체'였습니다. 완주라는 업적이나 기록이 아니라, 그곳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길을 함께 걸었던 사람들이 중요했던 것이죠.


 

"트레일에서 내려왔을 때 기억에 남는 건 결국 그런 것들이에요." 베티가 말합니다. "중요한 건 바로 사람 간의 '연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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